저성장 우려에도 환율 불안·가계부채 부담 고려…5월 금리 인하 가능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7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이는 심각한 저성장 위기 속에서도 환율 변동성 확대와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하한 만큼, 이번에는 금리를 유지하며 향후 경제 상황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성장률 하향 전망 속 5월 금리 인하 '기대감'
이날 금통위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1.5%를 밑돌 것이라고 처음으로 공식화하며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다음 달 29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1분기 경기 부진과 글로벌 통상여건 악화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금융·외환시장에서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고 가계대출은 낮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최근 늘어난 주택거래 영향으로 증가규모가 일시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 안정 측면의 위험 요소도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환율 불안과 미국과의 금리 차 확대 경계
이번 기준금리 동결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불안정한 환율 상황이 꼽힌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소폭 하락했지만, 달러 가치 하락 폭에 비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고 14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미국의 관세 확대 조치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한은은 현재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가 1.75%포인트로 이미 큰 상황에서 선제적인 금리 인하는 원화 약세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창용 총재는 환율의 특정 수준보다 변동성 확대를 더욱 경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와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
2월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한 가계부채 또한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 금융권 가계부채는 4조2000억원 급증했으며, 지난달 증가 폭은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2월 일부 지역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늘어난 주택 거래 관련 대출 승인 물량이 4~5월 가계대출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어 가계부채 증가 추세는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연준 금리 인하 속도 및 정부 추경 정책 '주시'
금통위는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 및 집행 시기 등 대외 정책 변수들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5월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며, 향후 연준의 금리 인하 시그널이 있어야 한은도 금리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12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예고한 가운데, 재정 정책의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한 기대감 역시 이번 금리 동결 결정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5월 이후 금리 인하 재개 전망 우세…대내외 변수 주시
다만 시장에서는 5월 이후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장기간 지속된 내수 부진에 더해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수출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금융기관들도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며 저성장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은 역시 이날 "국내경제는 경제심리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글로벌 통상여건도 악화되면서 성장세가 지난 전망경로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환율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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